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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침묵 - 현자의 숨겨진 이면
    문화생활하는 휴먼 2010. 2. 3. 12:14


    천 년의 침묵

    중학생 때 수학 시간에서, 직각 삼각형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님은 무작정 'α²+β²=γ²'를 외우라고 하셨다.  왜 'α²+β²=γ²'인지 궁금해서 직접 내가 만든 삼각형에 그 수를 대입해서 그 공식을 이해했다.
    스무살이 되어 수학 과외를 할 때 학생 하나도 ''α²+β²=γ²'를 보고 나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공식이 나오냐고.
    그래서 학생에게 말했다. 한번 니가 문제를 만들어서 풀어보라고. 그러면 공식이 네 것이 될거라고.


    '천년의 침묵'은 '내 것'이라는 1차적인 욕심,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읽고 마는 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크로톤 앞 바다에 피타고라스의 제자 시체 한 구가 떠오른다.
    죽은 디오도로스의 몸에는 피타고라스의 제자로서는 가져서는 안될 금괴를 가지고 있었고 등에는 채찍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귀족 회의에서는 그를 자살로 보았고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동생 아리스톤은 자신의 직업인 귀족회의 의원직을 버리고
    형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 조사하기 위해 피타고라스의 학파에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자, 진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남자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게 된다.


    욕심의 말로는 다 똑같다. 처음에는 노력함으로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츰차츰 내려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날 것이고,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끌어모아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거기에 한계가 생기면 점점 숨겨왔던 더러운 본성이 고개를 쳐들게 될 것이고. 몇십년간 전 세계에서 자신을 칭송했더라도 그것은 다 부질없는 짓이다. 더러운 이면과 함께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모든게 다 끝나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눈이 멀었다. 미쳤다.
    동생 아리스톤은 형 디오도로스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버리고 학파에 입문하게 되고,
    현자의 부인 테아노는 그가 사랑했던 디오도로스의 행방을 알기 위해 거짓 사랑을 히파소스에게 달콤하게 속삭인다.
    하녀 코레는 참주 킬론의 아들 망나니 팜필로스의 아이를 잉태함으로서 신분과 부를 거머쥐려고 시민단체와 귀족의회를 쥐락펴락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한 순간의 부, 쾌락을 가졌던 이들은 모두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여기서 비슷하다고 한 것은 정상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을 의미하나 각 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것이 행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피타고라스 학파에 대한시민들의 비난과 증오의 화살이 정확히 명중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화살이 자신의 목까지도 꿰뚫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인간은 참 어리석다.



    이 책은 피타고라스가 나오는 만큼 수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져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도 수학 때문이었으니까.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고, 다행스럽게도 수능 점수도 나쁘지는 않았던 나지만 그래도 수학은 싫은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오는 수학이 꼭 암호 같았다. 우리가 수식으로, 공식으로 외우던 것이 말로 풀어져나와서 일 것이다. 마치 그들이 내뱉는 공식들은  미국 시트콤 'The Big Bang Theory'의 주인공들이 내뱉는 물리 이론과도 같았으며 '천사와 악마'에서 나오는 암호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흥미진진한 소설이 아닐까싶다.


    이선영 작가는 '첫 줄의 희열' 때문에 글을 쓴다고 했다. 나는 이 작가의 '첫 줄의 희열'을 빨리 또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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