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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모니' - 불쌍한 그녀를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누구 with 델핀 드 비강 '길 위의 소녀'
    문화생활하는 휴먼 2010. 2. 10. 23:45

    얼마 전에 영화 '하모니'를 보았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여자 죄수들 이야기. 합창단 이야기. 신파조 이야기 ... 로만 인식되어있던 영화였다.
    그리고 난 신파적인 영화 안 좋아한다. 그래서 관심없었다.
    하지만 가수 '이영현', '제아'씨가 듀엣으로 부른 곡 '하모니'를 들었을 때 '뭔가 끌렸다'
    단순히 눈물만 줄줄 흘리게 하는 영화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주여자교도소에는 다른 교도소와는 다른, 있어서는 안될,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하나 있다.


    아기 민우.


     살인죄로 임신한 상태에서 교도소로 들어온 정혜가 복역 중에 낳은 아기이다. 남편의 구타 속에서 뱃속에 있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게 된 정혜는 이제 곧 민우가 18개월이 되면 입양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혜는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또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회색 담장에 둘러싸인 삭막한 교도소 내에서 말이다...

     그리고 한번도 아기와 교도소에서 나갈 수 없었던 정혜는 민우와 하루만의 특박을 위해, 추억을 위해 합창단을 성공시키려고 한다.
     

    청주여자교도소 안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수감자들이 존재한다.

    제자와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되어 분노로 인해 자동차로 그들을 치어죽인 문옥(나문희), 자신에게 사기를 친 남자를 실수로 헤드락으로 숨지게 한 프로레슬러 출신의 연실(박준면), 두 딸을 위해 사채를 썼다가 실수를 한 화자(정수영), 그리고 의붓 아버지에게 몹쓸짓을 당하다가 우발적으로 의붓아버지를 살해안 유미(강예원)... 살인자라기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져 살인자라는 낙인을 찍기가 미안한 수감자들이 청주여자교도소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단지 살기위해 발버둥 친 죄로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살인자'는 나쁜 사람이다. 자비란 없고, 도덕도 없으며, 인간이길 포기한 쓰레기로 인식된다.
    특히 흉흉한 연쇄살인과 아동범죄가 종일 펑펑 터져나오는 이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푸른 죄수복을 입은 사람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내면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 죄명이 무엇인지, 그 사람의 사연이 어떠한지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범죄자, 피해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피해야 할, 비정상에 속하는 사람들 인 것이다.







    델핀 드 비강의 소설 ' 길 위의 소녀'에 나오는 '노' 역시 그러한 존재다.

    '노'는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는 홈리스 소녀다.
    갓 열여덟이 된 갈색머리를 가진 깡마른 소녀는 파리 시내에서 사람들에게 담배를 구걸하고, 담배를 얻지 못하면 길거리에 널부러진 꽁초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노숙자들과 몸 싸움을 벌이고, 유통 기한 지난 와인이나 위스킨을 마시며, 배가 고프면 걸어서 무료 급식소에서 배를 채우고, 밤이 되면 잘 곳을 찾아 떠도는 노숙자다.




    노숙자. 홈리스.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며, 냄새나고 더럽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우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비정상에 속한다.
    '왜 일을 하지 않는거지?' , ' 게을러' , '저러고 살고 싶나??'


    '노'는 말한다. '일을 하려고 했지만 집이 없는 나에게 아무도 일자리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축복받으며 태어나지 못한 '노'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지친 '노'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 몸을 웅크리고 항상 남들 경계하며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과제 때문에 여성 노숙자들을 관찰하던 아이큐 160의 지적 조숙아 '루'는 남들이 꺼려하던 '노'를 알아가고, 또 친해지면서 친구 '뤼카'와 엄마아빠와 함께 그녀를 돕기로 한다. 그녀가 꿈꾸기만 하고 주저했던 '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하모니'에서 여성 수감자들에게 구원의 빛이 되어준 것이 '합창'이라면, '길 위의 소녀'의 '노'를 구원의 손길로 이끌어 준 것은 '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등을 돌린 채로 더 이상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들의 단절된 세상에 손을 내밀어 준 것은 ' 합창'과 '친구'
    다.  합창을 통해 그녀들은 교화가 되고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친구를 통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마이너'라는 존재는 외면 당한다. 사회는 두려움, 하찮음, 불쾌함 등 여러가지 복합된 감정을 이유로 그들을 외면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그러기에 이 두 작품은 '마이너'(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때에 따라서 약자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이 표현은 피하고 싶어서 '마이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바꾸어 주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Anyway!

    하모니는 사람 눈에서 아주 눈물을 쥐어짠다. 이건 뭐 시도 때도 없이 눈물 쏟을 장면만 미친듯이 나온다.
    처음에는 사람을 웃기더니 점점 눈물 뽑아낼 준비를 슬슬 시작하고 후반부에는 거의 '폭풍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내용도 예상하기 쉽고 신파적이라서 싫다는 사람도 봤지만,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눈물 흘리기에 좋고 '나문희'선생님의 연기가 정말 감동적이기 때문에 나는 추천한다.
    게다가 귀여운 민우도 ♥ ^^;



    시원하게 눈물 흘리고 개운해지고 싶은 분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분들, 감동적인 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꼭 이 영화를 관람하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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