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까탈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빠리 언니들]
    문화생활하는 휴먼 2010. 11. 11. 17:33

     
     지난 여름에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그 때 부터 줄곧 가고싶어 했었던 곳이었기에 유럽 여행을 할 때 프랑스 파리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 파리. Paris. 빠히(우리 프랑스어반 애들은 이렇게 부르고 다녔다.).그 속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엄청 낭만적이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아놔.




    런던에서 비행기를 통해 샤를 드 골 공항에 입국하여 한국의 인천 공항 버스라고 할 수 있는 루아시 버스를 타고 파리 시내로 들어가 버스가 우릴 오페라 역 근처에서 내려 줄 때 부터 혼돈이 시작되었다.

    내리는 순간 담배 냄새랑 개똥이랑 오줌 지린내가 섞여서 그냥 !!!! 아오 !!!!!!!!!!!!

    길은 어찌나 울퉁불퉁하고 복잡하게 꼬아놨는지 ...
    짐챙기랴 지도 보랴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캐리어 하나 박살났다. 흐)

     파리 여자들은 어찌나 까칠한지 마카롱을 파는 제과점에서 마카롱을 사서 가게 앞 테라스에 앉았는데 '자기가 찜해 놓은 자리라며' 연신 '농농농농농'을 외치는 고것들을 보며 그 콧소리 이 자리에서 당장 집어 치우지 않으면 너네 코를 한 대 쳐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안 좋은 것만 눈에 보였다면 난 당장 파리 숙소에서 짐을 싼 후에 바로 바르셀로나로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물론 저런 부정적인 것들이 있긴했지만 - 내가 파리에서 보고, 겪은 행복하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일이 더 많았기에 나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수도,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환상적인 에펠탑 야경은 물론이거니와, 샹젤리제 거리 대로변으로 시선을 쭉 뻗어나가면 보이는 위용있는 자태의 개선문 하며, 바토 무슈를 타고 세느 강을 관광할 때 보이던 강변에서 파티를 하며 즐겁게 춤을 추던 자유로운 파리지엥, 파리지엔느들...  모든게 환상이었다.
    이전에 느꼈던 단점들은 지하세계로 쑥 사라졌고, 이래서 사람들이 파리를 낭만의 도시라 칭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없이 파리에 방문한 사람들마저도 이곳에서 사랑에 빠지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 자체가 낭만이었다. 

     게다가 한없이 도도하며 시크하고 냉정할 줄 알았던 '차.빠.녀' (차가운 파리의 여성)들은 사실 그리 야멸찬 언니들이 아니었다.
    지하철 티켓 뽑는 법을 몰라 어버버 거리고 있을 때 파리 언니들은 친절하게 다가와서 잘 못하는 영어로 더듬더듬 거리며 차근차근 티켓 뽑는 법을 알려주었고, 빵집에서는 그 빵 맛없고 이 빵이 맛있다며 권해주기도 했고, 세일 상품 앞에서는 한 마리의 맹수처럼 무조건 바구니 안에 상품을 담고 보고, 약국에서 화장품을 살 때 "나 이거 써봤는데 완전 좋아. 머리에 써도 되고 몸에 써도 되고 향수로 써도 돼. 나는 이것만 써. 너도 써봐. 그럼 안녕~" 이라며 나에게 오지랖을 전파하고 XX 화장품 한통을 들고 사라지기도 했다. 

    까탈스럽고 재수없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고 사랑스런 이 여자들이 바로 파리 여성들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이 책, [빠리언니들]에는 이 파리 여성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헉, 서론이 길었다.

    (문제의 마카롱 가게. 내 사진 뒤에 남친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너 이냔.....ㅗ)

     원제는 'Une vie de pintade a Paris'로 번역해보자면 '파리 뿔닭의 삶(?)'인데, 한국판 번역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책 제목 잘 지은 것 같다. Paris를 소리나는대로 그대로 발음한 "빠리'와 곁에 있으면 여러모로 든든하기도 할 이 여성들을 지칭할 수 있는 '언니들'이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빠리 언니들]이 탄생했고, 이 제목은 [빠리 언니들]의 내용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무튼 이 책에는 파리 여성들의 모든 것이 담겨져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롱스커트를 입은 언니가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바구니에 오늘 아침에 갓 구운 바게트를 넣고 윤기나는 긴 머리 찰랑거리며 지나가는 빠리 언니, 카페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우아하게 '르몽드'지를 읽고 있는 빠리 언니들의 외형적인 모습, 그러니까 단면적인 모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 이면의 모습, 더 나아가 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사실 책 앞 내용이 너무도 흥미로웠기에 중후반부 부터 조금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 빠리 언니들의 새로운 모습이 새삼스러워서 단숨에 읽어나갔다.  

     아름다움은 인공적인 것과는 별개라며 깊게 파인 주름 마저도 우아하고 멋스럽게 보일 수 있게 만들고, 빗질을 하도 안해서 폭탄 맞은 머리라도 자연스럽게 멋스럽게 보일 수 있게 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이 빠리 언니들의 여유로움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허영많고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열리는 세일에서는 맹수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어 원하는 옷을 족족 캐치해내는 것 하며,  깡말라서 먹을건 물 밖에 입에 대지 않을 것 같이 생겨서 맛있는 음식에는 사족을 못쓰고 고칼로리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자신에게 주입시키고 거부하지 않는 빠리언니들을 보며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빠리 언니들의 행동에는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언니들은 항상 여유롭고 당차고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파리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이 언니들을 이렇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인공적으로 손을 대지 않은, 오래될수록 더 멋스럽고 고풍스런 파리의 옛 건물을 보며 빠리 언니들도 자연스러움의 멋과 우아함을 알고
    유유히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을 보며 여유를 느끼고

    화려한 파리의 야경을 만끽하면서 그 분위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며 열정을 배운걸까?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런 [빠리 언니들]을 만든걸까?

    나라도 저 묘한 도시에서 저런 세가지를 배운다면 저 빠리 언니들처럼 될 것 같다.

    어쨌거나 저 언니들은 파리 안에서는 까탈스럽고 재수없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정말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언니들이라는 것 ! : )

    간만에 프랑스 관련 책 좀 읽었더니 다시 파리로 가고싶다. 갈 때 이 책 좀 들고 가야겠다. 나도 파리지엔느처럼 보이고 싶으니까 :D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