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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알고 있는 역사 왜곡에 관한 이야기, - 황태자비 납치사건
    문화생활하는 휴먼 2011. 6. 18. 00:08

    휘문언니(@celina315)의 은혜로 생일 선물로 받은 '황태자비 납치사건'. 살짝 오해해서 '황태자비 연쇄 살인 사건'으로 생각했었다. 나 원참 무슨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황태자비만 골라 죽이는 킬러도 아니고 ㅋㅋㅋ
    작가와 제목으로 '명성황후'와 관련된 책임을 예상했었고, 대략 일본이 나오겠거니 싶어서 연쇄 살인으로 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 까지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납치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대한 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건이다. 초등학생일 때 사회 시간에 배웠을 것이고, 국사 시간에 배웠을 것이고, 공부에 손 놓고 있는 놈이라도 드라마 ' 명성황후'를 통해서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배웠던 내용은 일본 양아치 무리들이 경복궁을 점거하고 명성황후와 궁녀들을 살해했고, 고종은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했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들었을 때 그저 "일본 개새끼네"정도였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이 '屍姦'(한자로 쓰기도 역겹다.)사건임이 드러나고 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명성황후의 치욕과 고종의 슬픔이 여실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일본 시정잡배들에게 그런 치욕을 당해도 한 나라의 황제임에도 불구하고 한밤 중에 몰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의 아픔이 절실히 느껴졌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일본에 대한 복수를 꿈꾸어보았을 것이다. 마음 속에서는 열댓번도 더 섬나라를 가라앉게 만들었고, 백번도 넘게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아닌 교토와 도쿄에 원자 폭탄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내재된 마음을, 마치 나 대신 세상의 악을 처단해주는 슈퍼 히어로 영화에 열광하는 우리처럼, 충족시켜준다. 머릿속에서는 수만번 실행에 옮겼던 그 사건을 실행에 옮기며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까발리려는' 계획을 보며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며 다시한번 더 일본의 우익 세력의 본심과 후소샤 역사 교육서의 어이없는 왜곡 내용을 통해 한국인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내공있는 필력에 이끌려 미친듯이 책을 술술 읽어서 단 시간 만에 독파했다. 책의 결말을 알았고 나름 잘 풀렸기에 개운하게 끝맺어야했는데 이상하게 찝찝했다. 아마 털려야 할 놈들이 덜 털려서 일 것이다. 시원하게 강냉이를 털어버렸어야했는데 그렇게 끝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제대로 심판을 받으면 그건 현실이 아닌거고 또 한일 관계에 치명타를 가하면 안되니까.

    작가는 대단한 일을 했다. 106년 전의 슬픈 사건을 통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깨우치게 했으니까.


    그래도 가슴 한켠은 못이 박힌듯이 쓰라리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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